행복일기

피곤하니 여유가 많지 않다.

강현만 2008. 11. 30. 06:07

오랜만에 일기를 쓴다.

일 끝나고 24시간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다.

그 여유를 새벽즈음에 홀로 소주 한 병과 나눴다.

24시간과 소주 한 병만큼의 여유가

이 새벽에 자판을 두드리는 힘이 되었다.

 

지난 해 8월 21일 택시를 시작했으니 벌써 1년 하고도 몇개월이다.

 

택시는 힘들다. 피곤하다. 별로 여유가 없다.

 

그래도 딱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태로써 의미가 있다.

제지공장에서 열흘만에 잘린 후에는 갈 곳이 없었다.

 

내가 가진 신분에 대한 사회적 우려(여전한 레드컴플렉스)는 그냥 묵묵히 일하는 것조차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무얼 하기보다는 난 그냥 노동자로서 묵묵히 삶을 살고자 하는 것 뿐인데도 말이다.

 

색안경이 크다. 그 큰 색안경이 나를 힘들고 좌절하게 만들고, 상대적 자유로움을 가지는 택시를 하게 만들었다. 난 그냥 열심히 택시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살아온 지난세월이 있기에 매사 관심이 없지는 않지만 애써 멀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책임질 몫으로 아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양육이다. 그리고 부모님..

 

사실 가족만으로도 벅찬게 내 형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문득문득 생각은 넓은 창공을 나른다.

 

모처럼 술 한 잔의 힘과 한 숨 자고 바로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이렇게 몇자 적게 했다.

 

 소주에 취기가 아른하다.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