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책 속에 진리가 있고 삶이 있다.'는 말은 이런 책을 두고서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지난 연말연초에 술에 넘 찌들어 있었던 것을 반성이라도 하듯이 그래도 해가 바뀌는데 책 한두권은 읽어야지 하고
구입하게 된 책이 장하준 교수 관련 책 두권이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다.
책의 표지에도 있듯이 이 책은 경제관련 서적이다. 경제하면 머리가 아플 것 같고 딱딱해서 어디 재미가 있겠어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론은 장하준의 '나쁜 사마리아인들'은 머리가 많이 아프지도 않고 상당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아! 이렇게 훌륭한 책을 왜 미리 읽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진하게 배이게 했다.
노엄촘스키는 '현실로서 경제학'이다. '경제발전의 원리'인 듯이 이야기되어지고 당연시되고 그렇게 믿거나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되었던 경제의 주류가 얼마나 허망하고 허황된 교리였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는 '무시무시'한 책이라고 한다.
래리 엘리엇(가디언 경제부장)은 최고의 책이다. 성장과 세계화에 관련해 모든 나라가 따라야 할 정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꼭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사정이 위의 추천 글과 같으니 나같은 사람이야 더 이상 이 책에 대해서 무얼 왈가왈부할까 싶다.
- 재미있다.
- 쉽고 명쾌하다.
- 우리는 얼마나 엉성한 것들에 속고 있는지 보여준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경제논리는 나쁜 사마리아인들(부자나라, 제국주의)의 논리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조차 과거에 자기들이 얼마나 자유무역의 반대론자, 국가였는지 까마귀 고기를 삶아 먹었다.
- 쇄국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통해 발전한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이제는 개도국에 신자유주의를 받으라고 강압한다.
- IMF, GATT, WTO 등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기구를 경계하고 자국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
-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이념에 물든 개도국의 이론가들은 허무맹랑한 주장을 그만해야 한다.
책에서 밝혀주고 있는 무수히 많은 사례와 역사적 실증들 하나같이 기억하기는 쉽지 않다.
20세기 초 일본은 대단히 게으른 민족으로 서구에 소개되었다는 것이다. 민족적 습관을 바꾸기도 어렵고 게으르고
시간의 흐름에 전혀 무관심한 나라로 묘사되었다.
19세기 중후반 독일은 둔하고 굼뜬 사람들, 유전적으로 감정이 결핍되고, 점원이나 상점 주인은 어떻게든 손님을
속여 먹을려는 사람들로 묘사되었다.
지금에 개도국이나 후진국의 나라를 묘사하거나 표현할 때 모습과 거의 유사하다.
장하준은 어떤 나라가 숙명적으로 문화적으로 미개해서 못사는 것처럼 이야기 하는 것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는 걸
일본과 독일의 지난 역사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나아가서 문화가 그래서 못살거나 게으르거나 도둑지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조건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걸 보여준다.
경제가 발전하면 사람들 역시 시간에 대한 산업적인 개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서 코리안 타임도 마찬가지 예다.
문화는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변화한다. 문화는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다.
경제 발전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수많은 행동 특성들은 경제 발전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경제 발전으로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 발전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근면, 시간 준수, 검약 같은 행동 특성들 가운데 대다수는 실제로는 경제 발전의 원인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결과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주입시키는 문화는 숙명이고 그래서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경제 발전을 이룩하지 못한다고
설교하는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 발전할 수 있다.
문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에서도 드러나듯이 그동안 어려우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야 했던
부분에 대해서 장하준 교수는 너무도 명쾌하게 아니다라는 역사적 사실들을 보여 준다.
세계화, 자유무역, 민영화, 외국인 투자 등에 대한 허구적 논리와 결과의 실증을 통해서...
사회주의 혁명을 주장한다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재 우리가 처한 신자유주의 광풍으로부터 혜안의 밝은 결과를 갖게 하는
대단히 훌륭한 책으로 나는 누구에게나 꼭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을 생각을 하니 괜히 기분이 좋아 진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