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모래남자-윤원일
도봉구라는 동네에서 우연하게 무심결에 만났고, 그냥저냥 인연의 하나일 것 같았는데...
'모래남자' 책 한권이 사람의 인상을 바꿔 놓게 한다.
모래남자는 다섯개의 중단편 소설을 묶어 놓았다. '모래남자', '불꽃 속으로', '바람처럼안개처럼', '화류연의', '노르웨이레밍'이다.
책이 재미있다. 읽으니 그냥 읽게 한다. 지루하거나 그만 던져지기 보다는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우리네 일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느낌이다. 매 순간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하는 게 맞을까 그런 의문이나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람 사는 게 순간의 선택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모래남자' 동료기자로서 사랑을 나눴던 상대가 있었지만 전두환정권의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그 사랑을 선택하지 못했다. 시대는 사랑도 어렵게 만들었다. 사랑도 시대앞에 시험을 보게끔 되었다. 그렇고 그 이후 삶에서 그런 모양의 모습은 어떻게 굴절되어질 수 있는지...
'불꽃 속으로'는 잘나가던 의사마저 시대의 한계로 인해서 어떻게 좌절하고 죽어 갈 수 있는지 보여 준다. 평상시 같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을, IMF라는 시대적 상황은 병원 개축으로 끌어다 쓴 빚이 파멸을 이르게 한다.
'바람처럼안개처럼' 젊은 시절 나누는 많은 사랑과 그 사랑의 부산물로 주어지는 인생의 고뇌를 생각하게 한다. 지워진 아기와 그 아기에 대한 기억 그리고 상대에 대한 과거와 현재의 모습들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건지.
'화류연의'는 자랄 적에 놓여 있었던 환경이 성장해서도 질기게 지배하고 구속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르웨이레밍' 80년 신군부의 폭력성과 그에 영합해서 안일한 출세가도를 달렸던 지식인 나부랭이들에 대해 살인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작가는 노래한다. 적극적인 어용교수도 아니었는데 작가는 살해하는 장면으로 표현한다. 노르웨이레밍은 당시 미사령관 존 워컴이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해 들쥐 근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던 단어다. 권력자 뒤에 일렬로 줄 서 있는 북국산 들쥐 말이다.
어쩌면 이명박정부에서 노르웨이레밍은 더욱 설치고 활발한지 모를 일이다. 이 놈의 세상이 거의 짐승공화국 수준임을 드러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으면 장차관은 할 수 없는 짐승들의 세계, 노르웨이레밍, 들쥐 말이다.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정신차리고 산다는 게 참 쉽지가 않다. 빵을 쫓고 배부른 돼지를 노래하는 신자유주의 2011년 대한민국에서 나는 작은 일상으로 만족하고 행복하고 싶어 진다.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인간은 하트 즉, 심장이 없는 인간, 늙어서도 아직 사회주의자라면 그 인간은 브레인 즉, 머리가 없는 인간이라는 말도..."
나는 사회주의를 주장하거나 말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그만큼 현실과 가까워져 있는 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약관 스무살에 나누고 주장했던 그것들이 인생의 정의라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가기를 노래한다.
인생이라는 게 살수록 철학이 되지 않는가 싶어지기 때문이다.
덧붙임: 나는 도봉구에서 다시금 훌륭한 또 하나의 관계를 알아 갈 것 같아서 조금 행복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