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힐-A.S.니일
2006년 1월 26일 저녁에 안양의 구사거리 까르푸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사 준 책이다.
'사랑과 행복을 추구하고 즐겨 할 줄 아는 우리 사랑스런 아이들이 되길......'
우리 애들은 이 책을 읽었다. 물론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대단한 변화나 어떤 문제의식을 깊이 있게 가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이런 책을 아이들이 읽었을 때 그 초롱초롱하고 반짝이는 눈망울을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부터 이런 책을 읽으면서 재미나고 흥분되는데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아이들 입장에서야 오죽 하겠는가 싶은 거다.(그동안 책 한권을 다 읽지는 못하고 띄엄띄엄 읽다가 최근에야 다 읽기는 했다.)
'서머힐'은 영국의 교육자인 니일이 1921년 영국에 세운 학교다. 어린이의 요구가 존중되는 자유주의 학교, 서머힐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이런 책을 읽으면 왜 이렇게 단순하게 지지와 찬동을 하게 되는지 모를 일이다. 내가 단순하고 무지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세상이 너무 복잡하거나 엿같은 방향이어서
그런가?
'뭐든지 학생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학교,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고, 공부하기 싫으면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아도 되는 학교'
아! 얼마나 상상만해도 즐겁고 행복지는가! 학교라는 곳, 공부라는 건 이렇게 즐겁고 재미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삶과 인생이 행복을 위한 것이거늘...
학생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명제조차 조례로 제정하기 위해 백방으로 주민들 서명을 받아야 하는 대한민국 서울공화국의 현실에서 너무 한가로운
이야기일 수 있겠다. 얼마전까지도 독재정권의 살인과 폭력이 거대재벌과 족벌언론에 의해서 옹호되고 미화되는 대한민국이었으니 오죽하랴 싶기도 하다.(이명박정부 들어서 더욱 교묘하고 비겁한 형태로 반민주적 폭거가 심해지고 있어서 어쩌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으리라.)
국제화, 세계화, 시장, 경쟁, 글로벌이라는 다양한 이름으로 신자유주의 국가의 한복판에 있었던 대한민국의 후유증은 여전히 치유되지 못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지식인은 사라지고 오직 지식기술자들만이 권력의 주구가 되어서 모든 걸 움켜쥐고 대낮에 대로에 으르렁 활보한다. 무식과 무지로 무장한 자들이 교육 운운하면서
학생들을 자살로 자살로 몰아간다. 어린 학생들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그 죽음에 대해 천연덕스럽다. 미국의 유명한 대학에서는 자살자가 더 많단다.
이런 자들이 교육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참으로 불행하고 분노스럽지 않을 수 없다.
한창 뛰놀면서 다양한 감성과 재기발랄함을 뽐내야 할 어린아이들이 온갖 학원과 과외라는 미명으로 하늘 한 번 제대로 보기도 어려울만큼 힘들게 한다.
잘산다는 동네에서는 유치원, 초등학교 시절에 이미 어학연수니 유학이니 다녀오지 않으면 그 집단에 끼기가 어려운 세상이다.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조금 산다는 동네는 그런 비인간들의 출세본능에 어떻게나마 뒤쳐지지 않고 함께 해보겠다고 또 난리다. 그 뒤에 또 이어지고...
나는 그네들의 그런 짓거리가 이해가 되질 못한다. 내가 단순하고 무식해서 그렇다고 한다면 어쩔수 없다. 그렇지만 나는 사람이고 싶고, 우리 아이들도 사람으로
키우고 싶다. 커서 어른이 되어도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다.
공부 조금 못하면 어떤가! 큰 기업 못들어가고, 가난하면 어떠랴! 지그들이 하고 싶은 것, 나눔과 더불어 함께하는 인간세상을 이해하고 그렇게 살아간다면
나는 부족하고 모자라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아빠로서 흐뭇한 미소로 기쁠 것이다.
학교는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이어야 한다. 숙제나 내주고 때리기나 하고 온갖 규율로 힘든 곳이어서는 안된다.
진보진영의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을 서머힐처럼 키우자. 보수반동이나 일반인들처럼 아이들을 키우지 말자.
진보일꾼으로서 자유와 평등, 민주와 평화, 해방을 노래하고 실천하고자 한다면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키우도록 해야 한다.
다른 집 자식이 착한 삶을 살거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것은 인정하면서 내 새끼는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건 얼마나 비겁하고 쌩뚱맞는가!
더 이상 보수나부랭이들로부터 자식교육에서는 진보입네 하는 것들도 도찐개찐 다 똑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독립군, 사회주의자로서 일제식민지에 맞서 싸우다 죽어가는 걸 영광이라고 여겼다면 내 아이도 그렇게 살아가도록 하는 게 교육이다.
진보일꾼이 가지는 보편적 가치지향의 삶으로부터 전제가 된다면 아이들의 삶의 방식은 철저히 그들의 몫이지 않겠는가!
아이의 해방이 어른의 해방이다. 행복이 가지는 인간, 인간이 가지는 행복이 우리 모두의 것이다.
짐승 몫은 이명박, 이건희, 정운찬, 서남표, 조중동류나 가지라고 해야 한다.
나는 사람이어서 행복하다. 우리 아이들은 사람으로 자라야 한다.
'서머힐'은 우리 모두가 꼭 읽어 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