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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사당동더하기25(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 조은

강현만 2014. 2. 12. 01:06

사당동더하기25(가난에 대한 스물다섯 해의 기록) - 조은

 

  1986년부터 2011년까지 사당동 철거촌에서 상계동(그외 지역 포함), 3-4세대에 걸친 가난을 탐구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도 상당 인정하고 있는 바와 같이 가난 문제는 어느 개인의 문제이거나 능력의 있고 없고의 문제로 귀결지어서 보기는 어렵다. 가난은 시대와 구조적 문제를 전면에 깔고서 둥지를 틀고 만들어 간다.

 

  기실, 나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하게 성장했고 가난하게 가정을 꾸려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어쩌면 가난한 중에도 상대적 여유를 갖는 환경(교육)을 가졌기에 그 가난을 인식조망한 삶이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 할머니대에는 며칠씩 굶기를 밥먹듯이 하면서도 구걸은 못한다는 배짱으로 배깔고 누워 견뎠다고 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없는 부모님은 당연 가난했다. 내가 태어나 뭔가를 조금 알면서 살았던 어린시절부터 땅 한평이 없으니 농사를 지을 일이 없었고, 집은 늘 전월세를 그 시골에서도 전전했다. 부모님 사이는 잉꼬부부로 소문난 사이였으나 가끔 싸우게(심하게도) 되는 일이 돈이었다. 돈은 그렇게 가정의 평화를 깨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그런중에도 자식 공부시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없는 돈 빚내가며 자식 대학을 보냈다. 그렇게 간 대학을 나도, 밑에 남동생도 운동권이 되어 아무도 대학졸업을 못했다.

  책에서도 야반도주 언급되듯이 끝내는 부모님도 1986년 주변사람들 모르게 밤중에 서울로 이사를 했다. 서울 신내동 방 한칸 겨우 얻어서 살게 되었고 나를 비롯해 남동생, 여동생도 방 한 칸에서 모여 살았다. 그 와중에 지금에 마누라까지 와서 한 방에서 살기도 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서 여든이 된 아버지는 학교에서 지킴이 일을 해야 하고, 나는 세아이의 아빠가 되었다.

 

  지금도 국가에서 고시하는 최저생활 수입하고는 한참 거리가 먼 경제환경이지만 대학교육과 사회과학으로 무장된(?) 사상의식이 든든한 빽이 되어서 인생을 무탈하게 살고 있는 편이다. 학생운동에서 노동운동으로 투신하고 그 이후 사회, 정당운동에도 먹고 사는 문제는 늘 심각하면서도 별문제 아닌 것이기도 했다. 신문배달, 우유배달, 세차, 일당용역, 노가다, 공장생활, 택시, 건강식품영업, 보험, 법률, 재생공장관리, 편의점 등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참 다양한 일들을 했던 것 같다.

  경제적 측면에서 지금은 인생최고의 황금기를 보내고 있다. 큰방이 세개씩이나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도 부끄럽지 않은 모양새를 가지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안양에서 반지하 전세 2천5백에서 살았는데 아이들이 조금씩 크면서 친구들에게 집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었던 걸 나중에 알게 되기도 했다.

 

  중요한 건 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일찍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는 데 있다. 이 놈의 돈이라는 것이 벌려고 하면 악바리도 하고 적당히 속이기도 하고 해야 하는데 나라는 인간하고는 맞지 않는 영역임을 일찍 인정하고 털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최소한의 가정을 유지하고 손벌리러 다니지 않는 상태는 유지할려고 애쓴다. 애비로서 애들 굶길 수는 없고, 통상적으로 인정되는 정규교육이면 충분하다는 교육관, 생활관을 가지고 있다. 고상하게 말하면 민주, 자유, 평등, 해방, 인권, 생태 등 진보의 삶을 살고 있는 자로서 세상을 바라보고 살려고 하고, 아이들에게도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 약자를 위할 줄 알고 나누고 더불어 함께 사는 공동체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하다보니 내가 가진 가난을 이쿵저쿵 언급하게 되었다.

 

  세상에 가난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지구라는 별똥별에서 누구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누구는 북유럽에서 태어나고 그렇게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이미 태어나면서 가난의 척도는 달라진다. 가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가난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데 동의가 된다면 사회제도(구조)를 바꾸는데 힘써야 한다. 실제 가난을 탈출하는데 정치사회적인 영역이 훨씬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체험적으로 느낄수 있는 독특한 사례지만 서울시장으로 당선된 박원순시장이 자정을 넘기면서 곧바로 초중등 무상급식에 서명했다.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서명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서명했다. 이렇게 세상은 바뀐다. 이렇게 가난은 씻어낼 수 있다. 개인 노력으로 부자되고 잘살게 되기 보다는 그 사회의 지도자를 어떻게 뽑고 구성하느냐 하는 부분이 훨씬 가난문제를 해결하는 빠른 지름길이 된다.

  책에서 언급되는 80년대와 지금의 2010년대 30년의 시대적 변화(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로써 개인들 삶의 가난(경제적)은 분명 절대적으로 나아졌다. 이건 개인의 노력도 있겠지만 사회제도(국가영역 등) 변화로부터 주어지는 각 개인의 경제적 향상이다. 사회발전은 개인의 발전을 동반하게 된다.

  사회제도로부터 개인간 경제적 차이와 차별은 또 다른 지점이고 영역이다. 이 지점에서 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돈에 대한 치열성, 상대적 부의 우월, 편리, 과시, 자기만족 등 개인의 노력이 수반된다. 물론 아무런 노력도 없이 그냥 주어지는 부의 세습도 있다.

 

  가난뱅이들이 새누리당, 이명박근혜를 지지하는 대한민국의 분단체제로부터 주어지는 굴절된 이데올로기를 극복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가난뱅이들은 영원히 재벌이명박근혜류가 던져주는 떡고물로 아등바등 상대적 가난을 세습하며 살아갈 것이다.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채 분단체제로부터 형성되고 만들어지는 조중동류의 이데올로기를 단절시켜내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지금에 가난뱅이들 역계급투표는 쉬이 극복되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가난은 또 다른 형태의 변형태로 자가발전해나갈 것이다.

 

  민중의 힘으로 가난(세상)을 바꿔야 한다. 민주, 자유, 평등, 해방, 평화, 생태, 인권 등 더불어 부자되는 세상을 원하고 바란다면 재벌기업(삼성, 현대 등), 판검사, 의사 못해서 안달하고, 내 새끼는 특목고 자사고 보낼려고 사교육에 내모는 이율배반의 기만적 삶부터 우리가 버려야 한다.

  돈없고 빽없는 약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소박하고 소탈하지만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지향적인 삶의 행태를 개인의 영역에서 제도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만들고 노력할 때 비로서 세상은 가난으로부터 벗어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고창초등학교64회좋은친구들
글쓴이 : 강현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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