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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인간

강현만 2014. 4. 11. 13:24

제7의 인간 - 존 버거, 장 모르

 

제7의 인간 - 유럽 이민노동자들의 경험에 대한 기록

 

1973년, 74년에 걸쳐서 유럽내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가로 노동을 팔러간 이민노동자들의 생활과 환경을 사진과 기록으로 담고 있다.

 

물론 프랑스, 독일, 스위스, 북유럽국가들에는 식민지 경험을 가진 국가들에서 온 노동자들도 많이 있다. 그네들 또한 가정부를 비롯해 부유한 국가의 어려운 직종에 종사하면서 부유한 국가의 경제번영에 일조하는 역군으로 자리하고 있다. 유럽내에서 상대적으로 가난했던 터어키, 이태리,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이민노동자들도 부유한 유럽나라에서 3D업종에 종사하면서 부유한 국가의 경제번영에 일조하고 있다. 

 

막스경제의 원론이랄 수 있는 이윤창출의 비밀이 생산수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인간)에게 있듯이 부유한 유럽나라의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누릴 수 있는 저변에는 단순노동,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이민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를 전제로 하고 있다. 자본가계급, 제국주의 국가들은 끊임없이 솟아 오르는 샘물처럼 영원히 창출되는 이윤구조를 형성되도록 전지구적 차원에서 정책(수탈구조)을 짜고 있다.

 

가난한 유럽의 이민노동자(이민노동자라는 말에 불편함이 있다. 우리가 이해하는 이민이라는 것이 국가를 옮겨 정착해 살게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네가 쓰고 있는 이주노동자가 훨씬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데 맞지 않나 싶다.)는 부유한 유럽국가의 입장에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육제적으로 성장시키고 일을 할 수 있는 경험되고 훈련(?)된 비숙련 노동자를 확보하는 셈이 된다.

 

이민노동자들의 삶은 장 모르의 사진에서 생생하게 보여지고 있듯이 인간이하의 생활조건에 놓여 있다. 겨우 잠만 잘 수 있는 넓이, 취사라고 할 수 없는 부억, 낡고 불편한 화장실, 씻는 것조차 편함이 없는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으로 방치되거나 놓여 있다. 이민노동자들의 머리속에서 '돈'을 어떻게든 빨리 많이 벌어서 귀향하리라는 생각만이 지배한다. 일이 끝난 후, 공휴일이 오히려 낯설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국가에서 딱히 무얼 할 수 있는 여유와 형편이 없다.

 

대한민국도 이민의 역사가 100년이 넘었다. 인천항에서 출발한 배는 수개월이 지나서 라틴아메리카 사탕수수, 하와이 등 거친 농장에 던져졌다. 살기가 죽기보다 어쩌면 힘들었을 천국행이라는 이민의 역사요. 노동착취의 말단에 놓인 비참한 노동자의 생활이었다. 지금도 먹고 살기 위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매춘업자에 팔려서 해외로 떠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제법 먹게 살게 된 대한민국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중국, 동남아, 옛소련연방국가 등에서 찾아온 이주노동자들은 유럽의 이민노동자들이 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의 농촌과 3D업종에서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일자리가 있어도 저임금 3D업종에서는 일을 거부(?)한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이주노동자, 외국인을 이웃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시절 학생운동을 같이 했던 명문대졸 친구가 현자, 기아차 등 생산직노동자의 고임금에 화를 냈다. 자기는 명문대까지 졸업하고서도 그만한 수입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부터 짜증이기도 하고, 귀족노조가 사회변화를 위해서 딱히 어떤 노력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으로부터 표출되는 화일 것이었다.

건축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이는 이주노동자, 조선족에 대해 분노를 드러낸다. 저 조선족, 외국노동자들로 인해 현장노임이 10년, 20년이 지나도 거의 오르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디 먹고 살겠냐면서 적개심에 가까운 반응을 드러낸다. 사회과학을 공부한 운동권이었다.

평범하게 공부만 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도 세상을 나름 사회과학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인식이나 훈련이 된 사람들조차도 결혼하고 애 키우고 살면서 삶이라는 고된 언덕에 엉뚱한 해석과 감정을 토해낸다. 세상이 쉽지 않다. 영혼이 말라 비틀어지고 있다. 부자 만들어 주겠다는 말은 천하의 잡놈도 대통령이 된다. 독립군을 때려잡아 훈장까지 받던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이 된다.

 

자본계급은 세상을 영원히 누리고자 한다. 그만큼 가지고 있는 모든 촉수를 동원해서 피지배계급을 세뇌시키고 때로는 법으로 무력으로 억압한다. 그에 맞서는 착한세력은 허접하거나 시대에 뒤쳐진 사회발전론 타령이나 하고 있다.

 

여섯 명의 부유한 노동자가 한 명의 이주노동자를 똑같은 노동자로 인식하고 연대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세상은 여전히 제7의 인간으로 유지되고 넘쳐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