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빨간 날 어린이날에...

강현만 2022. 5. 5. 10:55

빨간 날 어린이날에...

 

 

빨간 날이다. 쉬는 날이다. 어린이날이기도 하다. 김 씨는 일을 나간다. 김 씨는 보안경비업무를 담당하는 특수고용노동자다. 빨간 날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이 없다. 돈을 더 받지도 않는다. 김 씨에게 빨간 날은 여느 날이나 똑같다. 이 씨는 오늘도 조그만 구멍가게 문을 열고 있다. 이발 5천원, 염색 5천원 이발소는 벌써 여러 손님이 앉아 있다. 짜장면 집 배달기사 두어 명이 담배에 담소를 나누고 있다. 부잣집 음식을 책임지는, 정원과 청소를 책임지는 노동자는 특별할 것 없는 하루에 지나지 않는다.

 

빨간 날이어서 더 슬프고 아픈 사람들이 있다. 푸른 집 공무원부터 정규직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빨간 날을 좋아하는, 평상시에도 그들은 주5일 근무제로 행복하다. 복지도 최상이다. 장관이나 교수 나부랭이들은 아빠찬스, 엄마찬스로 끝없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근무도 좋고, 임금도 좋고, 복지도 좋은 그들은 언제나 법적인 복지나 보장도 먼저 누린다. 근무도 나쁘고 임금도 낮고 복지도 형편없는 이들은 언제나 법적인 안전망, 복지도 1-2십년 이상 뒤에 누리거나 누리지 못하거나 한다. 한마디로 엿 같은 세상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자본과 권력이 던져주는 이데올로기와 떡고물을 걷어차야 한다. 자본과 권력이 말하는 것은 무조건 회의하고 반대하는 습관을 가질 때 세상은 그나마 나아진다. 내가 누리는 지금의 작은 행복도 누군가의 회의와 저항으로 누리고 있음을 알아갈 때 우리는 한 단계 높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 암 병동에서부터 병마에 신음하는 아이들, 장애로 고통 받는 아이들, 부모가 없는 아이들, 아빠가 없거나 엄마가 없는 아이들, 가난으로 어린이날이 소외가 되는 아이들, 우리 아빠는, 우리 아버지는 빨간 날인데 일하러 가야 하는 집의 아이들, 세상의 약하고 소외된 그늘로 힘겨운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웃음과 기쁨이라도 있기를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