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길복순, 더글로리

강현만 2023. 5. 29. 13:30

1. 통신사를 바꾸는 바람에 넷플릭스가 티비에 나오지 않아서 보고픈 걸 보지 못했어. 2~3일 전에 인터넷 넷플릭스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 지난밤은 길복순, 드라마 더글로리 후편을 몰아서 봤네. 잠도 자야 하는데, 도무지 끊고 잘 수가 없더라고. 물론 오늘 쉰다는 편안함이 몰아보기를 가능하게 했고.

 

2. ‘길복순을 보고 싶었던 것은 내가 전도연 팬이기도 하고, ‘밀양의 감동이 여전히 진한데, 전도연이 나오는 영화는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을 제공해주는 것 같아. 길복순 살인청부업자의 전설적인 킬러인데 중학생 딸이 있어.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데 영화의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네.

전설의 살인청부업자가 중학생 딸과 관계에서 엄마 또는 인간으로서 모습에 대한 상상력과 탐구가 아닌가 싶어. 킬러의 보스는 길복순에게 죽는 장면을 딸이 볼 수 있도록 하고, 길복순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대성통곡을 해. 집에 도착했고, 딸은 자고, 길복순 문 여는 소리에 딸이 깨고, 둘은 가벼운 인사를 나누면서 영화가 끝나. 이쯤에서 몫은 영화를 보는 독자에게 주어지는 것이겠지.

 

영화 중간에 딸이 동성 친구와 함께 다니며 포옹하고 키스하는 사랑이 문제가 되는 사건이 제기되네. 딸을 좋아하던 이성 친구가 그 장면을 찍어서 딸에게 한 달간 교제와 사진 유출에 대해 선택하라는. 10대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 지금의 나는 사랑주의자가 된 사람처럼 사랑을 많이 하라고 하고 있고.

 

3. 더글로리는 9편에서 16편까지 8편을 봤어. 학폭 가해자는 1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변화가 없네. 인간의 어떤 속성은 바뀌지 않는 걸까? 물론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은 가해를 가해로 느끼지 못하는 일상을 사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는 하지. 돈 없고 빽 없는 것들은 같은 사람이 아니라 벌레처럼 바라보는 뇌의 인식이 작동하고 있으니까.

 

동은이는 완벽하게 복수에 성공해. 그 복수에 동참하거나 공감하는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겠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주어지는 것이 영화, 드라마, 소설 등 작품이 아닌가 생각해.

 

동은이와 동은이를 돕던 의사가 서로 사랑해요라고 말하고 법무부가 쓰여있는 교도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장면으로 16부작 드라마가 끝나네. 그런 생각이 들었어. 뭘까? 인간이 사랑하므로 살 수 있는 존재라는 측면에서 두 주인공이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건 그렇다 치고, 법무부와 교도소는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 같아. 인간은 범죄를 저지르는 존재이며, 교화를 전제로 하는 대상이라는 걸까?

 

기말시험 공부를 해야 하는데 나는 밤새워 영화와 드라마에 빠지고 말았네. 안산에 가는 일정이 취소되었으니, 캔커피 사러 가야겠다. F는 맞을 수 없으니, 잠깐이라도 궁둥이를 붙여야지. 정말이지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닌가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