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꿈을 꾸며 사는 사람
어리석은 꿈을 꾸며 사는 사람
생각해보면 인간이라는 ‘자아’를 갖기 시작할 때부터 나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또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어리석음과 원대한 꿈이라는 것이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대단히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 나눔과 정이 있는 공동체, 환한 미소와 웃음이 넘치는 평등한 인간 사회였습니다.”
나는 젊은 날에 학습과 조직, 실천 속에 사회과학으로 무장한 전사를 꿈꾸었습니다. 투철한 사상의식과 강철같은 조직을 통해 세상의 혁명을 꿈꾸었습니다. 한 줌도 안 되는 소수 지배계급의 세상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서민이 주인 되는 세상이었습니다. 이 어리석음과 꿈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이를 제법 먹었습니다. 이미 내 아이들이 젊은 날 꿈꾸며 치열하게 달려 나갔던 나이보다 더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미련곰탱이처럼 살고 있습니다.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나의 이런 중심에는 인본주의, 휴머니즘이 바탕하고 있습니다. 차별과 억압, 구속과 지배는 인간이 인간에게 작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전제입니다. 일찍이 만적이 외쳤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더냐?’ 하는 평등 세상의 염원입니다. 각각이 하는 일은 다르더라도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는 사회입니다.
‘인민’, ‘대중’, ‘국민’, ‘시민’, ‘민중’ 무엇으로 불리든 사람이 하늘이고 사람이 정의이며, 역사입니다. ‘개체로서 인민’과 ‘역사의식으로서 인민’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올바로 세우지 못하면 우리는 끊임없이 ‘인민’으로부터 상처와 배신을 가질 뿐입니다.
한 줌의 지배계급의 사슬에 놓여 있는 ‘인민’은 살아야 하는 생존의 현실에 놓이게 됩니다. 그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습니다. 현실의 삶은 피와 땀, 목숨의 담보를 요구합니다. 물론 지배계급은 물 흐르듯이 교묘하게 인민의 영혼을 장악합니다. 지배와 피지배의 인간 세상은 당연합니다. 못난 피지배계급의 분열과 아귀다툼의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작은 것이 소중하고 작은 것이 존귀한 것은 ‘인민’의 속성입니다. 돈 없고 권력 없고 명예 없는 ‘인민’은 땅이요, 거대한 뿌리가 되며, 살아 호흡하는 생명이 됩니다. 물론 하루, 한 달을 풀칠하며 살아내야 하는 인민은 때로 상처와 갈등 속에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납니다.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입니다. 전쟁 같은 삶을 살아내야만 하는 인민의 현실입니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인민의 모습이 전체이고 본질이라고 해석하거나 단정 짓는 것은 전체와 역사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개체로서 인민’과 ‘역사의식으로서 인민’이 가지는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로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요지입니다. <“통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 각개약진의 구실들도 다 그럴싸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면서 또 그것들 때문에 각자도생으로 각개약진이 당연함을 너무너무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대통합이나 대동단결을 외치는 것은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작위적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전혀 동의하거나 공감하지 않습니다. 나는 여전히 대통합과 단결을 주장합니다.
진보정치 하나로, 진보정당대통합, 진보진영대단결을 이뤄내지 않고서 어리석은 꿈을 실현할 방도를 찾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합과 단결 없이 ‘헬조선’을 극복할 대안이 뭐가 있을까요? 대안이 있다면 나는 그 대안을 존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대안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100퍼센트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주장하는 부르주아지 더불어민주당을 대안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논의를 길게 이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강도 일제와 한 몸으로 매국노 짓을 하고 부귀영화를 누렸던 국민의힘, 한 몸으로 매국노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적당한 거래와 수동적 보신으로 매국노 짓을 한 더불어민주당은 본질에 있어서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지금 두 당의 정책은 건건이 비교해봐도 큰 차이를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집권이냐 아니냐 하는, 그때그때 다를 뿐이지요.
미제를 축으로 한 지구상의 전쟁과 무기는 늘 천사로 미화됩니다. 매일 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습니다. 젊음은 모든 것을 포기하는 세상입니다. 자본가와 부르주아지 권력은 주거니 받거니 부(탐욕)를 축적합니다.
내 삶은 늘 어리석고 꿈꾸는 것이었습니다. 독재 타도, 미제 축출, 평화통일, 노동해방, 평등 세상 등 꿈은 진행형입니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거대양당체제의 지속은 ‘헬조선’의 지속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대양당체제는 끝내야 합니다. 인민의 이해와 요구를 한 단계 높이고 실현할 수 있는 진보정치 하나로, 진보정당대통합, 진보진영대단결은 그 길로 가는 작은 꿈입니다.
비우고 낮아져 땅이 되는 스펀지는, 일상에서 어리석은 꿈을 꾸는 자의 몫입니다. 돈과 권력이라는 위선과 가식의 탐욕이 아니라 비우고 낮아지는 어리석은 삶으로서 꿈입니다. 인간으로서 ‘자아’를 가지며 꾸었던 꿈입니다. 그 어리석음과 꿈은 계속이지요. 인생은 꿈이고 꿈꾸다 이승을 떠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