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꺽정, 홍명희
임꺽정은 홍명희다. 홍명희는 임꺽정이다.
임꺽정이 조선왕조실록 명종편에 등장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3년 남짓한 기간에 흥망성쇄가 종지부를 찍는다. 홍명희의 임꺽정은 그 기간에 뼈와 살을 붙이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뜻하지 않은 기회를 계기로 열권으로 된 사계절 임꺽정을 읽게 되었다. 어렸을 적에 기억이 너무나 아스라이해서 사실상 혼미한 상태나 다름이 없는 책읽기였다. 드라마로도 기억이 흘러 갔지만 그 또한 멀기만 했다. 열권으로 된 적지 않은 분량이고 해석해야 하는 글자들이 꽤 있어서 번거로움도 있었지만 임꺽정은 재밌고 흥미롭다.
임꺽정하면 떠오르고 막연히 가졌던 베풀고 나누고 약자를 생각하는 의적과도 상당 차이가 있었다. 신분제 계급사회로부터 나타나는 한계와 분노를 해소하는 인물상이 오히려 강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적 상황의 한계에 기인한 것일수 밖에 없겠지만 임꺽정에서 사람이나 생명에 대한 존엄과 존중은 높지 않다. 중세 유럽사회도 여전히 인간의 생명이 쉬이 죽임당하는 것과 차이가 없다. 21세기 여전히 미개문명의 한계가 한반도를 비롯한 지구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16세기 조선에서 인명은 참 가볍다.
관군을 쥐어박고 양반권력을 혼내주는 모양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양을 비추게 한다. 어쩌면 임꺽정과 같은 걸출한 인물이 더럽고 참혹하기 그지없는 권력을 단단히 혼내주는 그림만으로도 갈증이 풀리는 느낌이다. 억압과 구속이 있는 세상은 반드시 저항과 투쟁을 불러 일으킬수 밖에 없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이다.
천지개벽의 평등세상 깃발을 높이 치켜 들었다면 임꺽정의 진로는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왕조타파를 내걸지 못한 동학농민혁명의 전봉준장군이 겹쳐서 생각나고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사람이 하늘이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 해방이요 평등이라면 수 천년 전에 가졌던 단군사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어느 날인가 힘없는 광화문 광장의 임꺽정들이 의형제들, 두목, 졸개들과 함께 자본과 권력의 탐욕을 확 쓸어내길 기도한다. 불평등과 차별이 없는 신세상의 새벽이 열리기를...... 미완의 임꺽정을 통해서......
임꺽정을 읽는 내내 나는 거침없이 들이 붓는 술자리에 퐁당 빠져 있었다. 생각만으로도 얼굴 표정이 환해졌다.
임꺽정, 이봉학, 박유복, , 배돌석이, 황천왕동, 권오주, 길막봉이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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