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서

똥닦이 변호사(정도) - 김관덕

강현만 2021. 12. 21. 23:00

똥닦이 변호사(정도 출판) - 김관덕

 

 

 

서울북부지원근처 식당에서 관덕이랑 점심을 하고 관덕이가 일하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셨다. 벌써 여러 해 전이다. 정확하게 기억하기가 어렵다. 관덕이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했다. 나는 대단하다. 훌륭하다. 열심히 써라. 사람이 하는 진짜 가치 있는 일이다. 등 관덕이의 글쓰기에 대해 감동과 감탄으로 화답했다. 그리고 몇 해가 흘렀을까 관덕이는 소설책을 세상에 내 놓았다. 중간 중간 소설 쓰기가 쉽지 않다는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때마다 응원을 하고는 했다.

 

코로나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2021년 관덕이 소설책이 나왔다. 응원은 많이 했지만 형편상 책은 한 권밖에 사지 못했다. 그렇게 책을 구입해 놓고 묵혀 놓기만 했다. 이제 2021년이 넘어가는 12월에 책을 들었다. 2021년을 넘기지 않고 읽어야 한다는 마음이 작용하였고, 읽으면서 2021년을 넘기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똥닦이 변호사 소설을 읽으면서 관덕이의 노고와 씨름이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재미지고 맛깔나게 잘 썼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관덕이는 계속해서 글을 쓰면 좋겠다. 훌륭한 소설이 많이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같은 세대를 살았기에 더욱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고, 흥미진진했다. 여러 친구들의 이름이 그대로 사용되었다. 고창의 여러 지명과 명소가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소설은 정도를 축으로 증조부에서 할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식들과 손주까지 여러 대에 걸쳐 있었다. 물론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와 배우자, 친구들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를 차지하고 있다.

 

1964년 용띠 정도는 성장과정에 참 많은 인생의 곡절을 겪었다. 신문배달, 음식점, 노가다 등 인생역정은 그 만큼 목숨을 살려내는 행운을 지니기도 했다. 어쩌면 최석규, 모연흡이 북해도에서 죽지 않고 살아올 수 있었던 끈질긴 생명력을 안고 태어난 지도 모른다. 일제 강점기 최석규, 모연흡이 겪었던 고난의 인생행로는 대를 이어 최정도까지 다다랐던 것이기도 했다.

 

황금만, 모유기, 최은호, 김미선 등 다양한 친구들의 인생역정도 우리네 인생의 과정에서 살펴보거나 접할 수 있는 것이기에 안타깝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러나 인생이란 것이 어디 그런 것인가? 화려한 날은 가고 모유기와 황금만은 칼에 맞거나 자살을 했다. 시골에서 귀하게 자랐던 김미선은 사기꾼이 되어 부부가 감옥으로 갔다. 최은호 친구는 효도촌 이사장으로 인생의 말년을 보냈다.

일제 강점기 그리고 한국전쟁과 보릿고개 시절은 많이 낳기도 했지만 참 많이 죽기도 했다. 가난했던 시절은 먹지 못하고 치료받지 못해서 죽어야만 하는 목숨들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평균연령이 30대였다. 50년대 소설에서 50대 나이는 노인으로 호칭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했으니 80년대까지도 환갑은 큰 잔치가 되었다.

황금만과 최정도의 중학교 졸업을 앞둔 의리는 하늘을 찔렀다. 둘이 서울행 기차를 탈 수 있었으니 말이다. 최정도, 모유기 누나들은 나이 차가 좀 난다. 그 시대 여자들이 겪는 인생의 파고가 높았다. 그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도와서 밥술이나 해결하고 동생들 공부시킨다고 서울로 도시로 일터를 찾아서 떠났다. 가발공장, 봉제공장, 버스 차장, 식모살이 등 참 고생을 많이 했다. 미선이 인생이 꼬이게 된 강간 사건도 그 시대는 큰일이 아닌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누가 누구를 덮쳤다. 따 먹었다. 몇이서 누구를 돌림방 했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국가에서 국제매춘을 산업역군, 외화벌이라고 장려하고 홍보하던 시대였으니 말해 무엇 하겠는가.

 

최정도는 밑바닥 고생이란 고생을 다하면서도 공부에서 손을 놓지 않았다. 서른 살이 다된 나이에 대학생이 되었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학기마다 붙어 다녔다. 정도는 죽어라 뛰고 또 뛰어야 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학업 열기로 인해 이현희를 만날 수 있었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지금도 물론 어려운 고학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은 정도와 같은 세대의 고생이나 이력을 감히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 대신에 지금 젊은 세대는 단군 이래 최고최대의 불행한 세대라 하지 않는가? 그간의 역사 속에서 나고 자라고 공부하고 결혼하고 애 낳고 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자연의 순환 과정이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이걸 포기하고 있는 세대다. 3, 5, 하더니 지금은 아예 N포 세대라고 한다. 모든 걸 포기한 세대다. 연애, 결혼, 애 낳기 등등...

 

소설의 주제는 자식이 부모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하는 지점이다. 요양원에 부모를 모시느냐 마느냐 하는 갈등과 대립은 친구관계에서 부부관계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끝까지 부모가 자식을 어릴 적에 물고 빨고 키웠듯이 자식도 부모에게 마지막까지 함께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도와 친구들이 살았던 해리면의 효도촌은 효의 절정이다. 그 마을에서 내려오는 많은 효자네 움막, 호식총, 너럭바우, 좆몽대이 바우, 효자산 등 효는 소설 속에 정도의 죽음과 효의 완성으로 똥닦이 변호사를 가져오게 된다.

요양원 문제는 그다지 쉽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소설 속에서도 많은 주장이 대립되고 주장되고 있다. 정도는 자기 생각과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요양원으로 대변되는 효의 영역도 쉽지 않다.

 

사회 구조와 사회제도적 측면에서 접근하게 되면 조금 복잡해진다. 효도촌에서 드러나듯이 아이를 키우는 것, 장애인 자립, 부모를 모시는 것 등 문제가 사적의 영역으로만 남느냐 하는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접근을 필요로 한다.

마을은 그 옛날부터 가정이고 놀이터이고 학교이고 삶의 터전이었다. 탁아, 어인이집, 유치원 등 시설은 마을의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가장 넓고 좋은 곳을 차지하고 언제라도 사람들 눈에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정신지체, 육체장애 등 장애인 시설도 마을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경로당, 요양원 등 노인들 시설도 마찬가지다. 마을의 가장 좋은 곳에 자리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나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켜서지 않아야 한다. 마을은 그렇게 돌봄의 가장 편하고 행복한 보금자리로 자리할 수 있어야 한다.

 

돈과 권력, 탐욕이라는 아성은 인간과 인간이 가지는 존엄과 가치라는 지점에서 극복되어야 한다. 위선과 가식, 내로남불이 횡횡하는 세태는 헬조선의 단면이다. 나눔과 정이 사라지고 돈이 최고가 되고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하려는 세상에서 최정도는 정도를 지키고자 했다. 내 아이가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옆집, 이웃집 아이도 예쁘고 사랑스러워야 한다. 내 부모를 귀하고 존경하면 옆집, 이웃집 부모도 귀하고 존경해야 한다. 공동체와 사회가 함께 지혜를 발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일 때 정도는 죽지 않을 수 있었다. 효도촌은 직접민주주의 마을이라는 공동체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풀어갈 수 있는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

 

지천명을 훌쩍 넘기고 환갑을 향해 달려가는 길목에서 눈물이 많아진다. 공감으로서 똥닦이 변호사는 울컥울컥 눈물짓게 했다. 몇 년에 걸쳐 씨름한 관덕이의 노고에 다시금 박수를 보낸다. 앞으로 더욱 많은 글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게 해준 친구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