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9일에 우리는 만났다. 환하게 웃는 태권이가 있다. 일 년이라는 세월 속에 태권이는 그리운 존재로 남았다. 삶을 생각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원시공산제 이후 인간 세상은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배와 피지배의 역사 속에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기 어렵다. 군림하고 지배하는 계급에 속한 자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아우성 속에 삶은 고통이요, 고행이다. 인간이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이런 존재 의식이 발로되지 못한다면 인간이란 무엇인가 하고 물어야 한다.
태권이의 기억은 고등학교 교회 시절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 사십여 년만에 만났던 친구는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sns는 어김없이 1년 전의 추억을 사진으로 드러내고 있다. 나는 어떻게 기억하고 추억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태권이와 마지막 사진이 되었던 장면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다.
나는 한국도 빠르게 존엄사, 안락사 법제화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죽음의 장면조차 스위스 등 외국에서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2023년은 나에게 여러 가지 계획과 정리를 하는 해였다. 그중의 하나가 죽음에 대해 ‘권리’를 가진 자로서 시기와 방법에 대해 정리했다. 오랜 기간 생각했던 죽음에 대해 정리하고 나니 홀가분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구체적으로는 이명박근혜 집권과 퇴행으로 인해 살기보다 죽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서울 하늘에 하얗게 눈이 내리고 있다. 어쩌면 진지하고 성실했던 태권이가 추억을 흩뿌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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