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참으로 희안하고 희안한 일이 많지요.

강현만 2009. 11. 17. 12:37

오늘은 이른 시간부터 장모님을 모시고 경기도 광주에 소재하는 정신지체요양원에 다녀왔다.

 

정신지체가 있는 자식을 둔 죄로 김장철이면 장모님이 가신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고, 장모님이 가시는

김장길에 처음으로 모셔다 드리는 작은 효를 했다. 

 

언뜻언뜻 이야기는 들었지만 가는 길에 장모님을 통해서 들은 이야기는 거의 환상 그 자체였다.

 

김장은 요양원에서 하는데 원생 관련 가족이 무조건 참석해야 한단다. 참석을 하지 않는 가족은 돈으로

떼워야 한다. 물론 가족이 없는 고아들은 예외다.

 

일단 참석부터 웃기는 짬뽕이다. 김장날 행여나 늦게 오면 늦게 왔다고 한바탕 소란이 전개된다.

그런 소란에 끼이지 않기 위해 장모님은 새벽 일찍부터 가야 된다고 하셨고, 나는 장모님을 새벽부터

모시고 길을 재촉했다. 멀리 있는 가족들은 새벽 일찍이 도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근처 시내에서

함께 자고 출발하기도 했단다.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부모나 가족은 절대적 죄인이다.

 

이사장은 입만 열면 돈을 밝힌다. 부모, 가족에게 돈을 내라는 압력을 수시로 한다. 어머니들 모임에서는

매월 10만원씩 회비를 걷는데 그 돈으로 어머니들 모임에서 필요한 일이 있을 때 사용하기도 하고, 일부는

적립했다가 이사장에게 갔다 바친단다. 얼마전에도 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바쳤다고 한다.

 

수시로 돈이야기를 하고, 가족들은 죄인된 죄로 조금 능력이 되면 어쩔 수 없이 돈을 기백원만씩 바친다.

편하고 조용히 넘어가자는 이유다. 원생이 죽어도 돈을 내야 한단다. 그동안 데리고 있었으니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단다.

 

골때리는 이런 환경과 불합리에도 부모나 가족들은 어쩔수가 없다. 무조건 요구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데리고 가라고 협박을 해대니 가족은 별 수가 없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혹여

누가 작은 항의라도 했다가는 다른 가족들에게까지 항의한 가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게 만든다. 왜 시끄

럽게 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냐고 구박을 듣게 만들고 묘한 왕따 분위기를 조성한다. 여하간에 이사장에게

밉보였다가는 무릎꿇고 비는 것도 부족하다. 여차했다가는 무릎끓고 빌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이사장이라는 탈바가지는 이런 것들을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멋모르고 방문했던 젊은 아가씨가 따귀를 맞아도 오히려 잘못했다고 빌어야 한다. 제대로 인사 안하고

떠들었다는 이유다.

 

정신지체자를 두었다는 약점을 빌미 삼아 거의 왕의 존재로 떠받들림을 받아야 한다.

 

김장을 하러 오라고 해놓고서 밥먹었다고 지랄을 해서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김밥을

사다 먹게 되었는데 이제는 그곳에서 밥을 사먹을 일이지 왜 김밥을 사다 먹냐고 지랄을 해서 지금은

그곳에서 밥을 사먹는다고 한다. 세상이 너무나 웃기는 코미디다.

 

 

4대강 등 토건사업에 쏟아 붓는 돈의 조금만 사회복지에 돌린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방지하고도 남을

일인데, 대한민국에서 복지는 아직도 먼 미래의 일이기만 한 것인가? 너무도 안타깝다.

 

맞벌이 하는 젊은 부모들을 위해 동네마다 시립탁아소를 충분하게 지으면 선생 고용도 이루어지고

부모들의 돈 걱정도 해결해줄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정신지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을 수용할 수

있는 요양원을 국가에서 해결하면 얼마나 많은 가족이 행복해 질 것인가? 그런데도 이 사회는 구원의

손길이 너무도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돈이 찾아가지 않으면서 왜 엉뚱한 강뚝에는 30조원씩이나 발라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오늘도 우리 이웃에는 김장하러 오라고 해놓고서 늦었다고 혼내고, 밥도 돈받고 팔고, 돈 더내라고 야단치는 데도 뭐라 했다가는 행여나 데리고 가라고 할까봐 찍소리 한마디 못하고 오히려 무릎꿇어야 하고, 잘못했다고 빌어야만 하는데......

 

70이 넘은 장모님이 1박 2일 김장하러 들어가는 그 문이 내 눈에는 악귀사자가 서있는 지옥문 같았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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