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스크랩] 글로 보는 무박 2일 현만이, 병현이 기차여행

강현만 2012. 8. 9. 15:54

특별한 기획과 준비를 하지 않아도 저렴한 가격(3만원)에 실속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기차 여행기를 적는 사람들'카페에서 제공하는 여행이다. 코레일 등 제반기관과 협조관계로 기획되는 듯 하다.

 

율포해변, 보성녹차밭, 강진청자 축제로 이어지는 무박 2일 기차여행에 막내 병현이와 몸을 실었다.

아이들이 조금 크면 대체로 어디 여행가는 것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집에서 게임이나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도 방학인데 방학동안 하는 일도 없이 지날 수 있기에 한편 달래고 한편 아빠의 권위로 나서게 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는 병현이가 기차는 처음탄다고 한다. 기차는 조금 뭔가 다른 거 아닌가 생각하는 듯 하다.

ㅋㅋ 기차는 안전벨트가 없네. 그래 기차는 레일을 따라 가니까 안전벨트가 따로 필요없지.

 

병현이가 무궁화로 좌석을 한껏 뒤로 제꼈다. 바로 뒤에서 뭐라 한다. 의자를 조금만 제끼지 왜 전부 뒤로 제끼냐고 한다.

아주머니 이 기차는 좌석을 제낄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된다고 설명을 하는데도 이쿵저쿵 말이 많다.

에이, 시작부터 기분이 잡치는 느낌이다. 이거 원, 기차를 처음타나... 좌석사이도 충분히 넓은데... 나빠진 기분을 돌리려 애쓴다.

 

나주역에 도착했다. 3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이미 역앞에는 버스 10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율포해변까지 2시간을 간다.

율포해변까지 가는 중에 버스TV로 영국과 축구경기를 시청했다. 빌어먹을 IT첨단국가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버스 속 TV는 뻑하면 끊긴다. 유럽식을 도입해야 하는데 미국식을 도입해서 생긴 문제로 알고 있다. 이미 이 문제가 지적되었었는데도 대한민국 통상관료라는 것들은 미국이 모국인지 아니면 뇌물을 쳐먹어서인지 모르지만 이처럼 황당한 TV를 만들어 놓았다.

 

율포해변은 조용하고 캄캄하다. 조금 있으면 해맞이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해변으로 나갔다. 미세한 진흙해변에 발을 담구고 사진을 찍는다. 병현이는 백사장 구멍에 손을 집어 넣고 연신 무언가를 잡겠다고 퍽이나 애쓰고 있다. 컵라면 먹자는 아들놈 주장에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뜨거워지지도 않은 물로 대충 설익혀서 컵라면을

맛도 모르고 먹었다.

남해안에 위치한 해수욕장은 처음 접하는 모양이다.

 

금번 여행의 하일라이트다. 보성녹차밭이다. 녹차밭만으로도 멋진데 다양한 편백나무, 주목나무, 대나무, 단풍나무 등 다양한 나무군들로 운치를 더했다.

땀흘리며 녹차밭의 멋스러움을 휘감아 정상으로 올라 내려왔다.

충분한 시간과 복잡하지 않게 걷고 느끼며 만끽하는 행복을 갖고 픈 곳이다.

땀흘리고 먹는 녹차아이스크림은 맛나다.

 

강진청자축제 마지막 날이다. 도착이 11시라 모두가 식당으로 직행이다. 축제기간만 하는 임시 식당이라고는 하지만

음식이 영 부실하다. 가격에 비해 너무하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왜 축제니 뭐니 해놓고서 욕먹게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다.

청자에 대해 뭐 알겠는가! 그래도 이곳저곳 둘러보며 새삼 그래 하는 멋을 느끼려 애쓰고 있다.

병현이는 못잔 잠에 슬슬 졸립고 짜증스럽다.

 

승천보다. 아마, 겉으로는 표기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지만 내심 4대강 사업 홍보로 금번 여행의 속내가 있을 듯 싶다.

욕나온다. 사람과 어울리고 교감하는 강이 아니라 멀리서 구경만 하게 만드는 4대강 사업이다. 자전거나 타고 옆을 달리다 한다.

녹조 비상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강을 왜 무자비하게 막아서고 헛 돈을 쳐바르면서까지 쌩 홍보질일까? 여전히 삽질 마인드다.

30조에 유지관리비, 이렇듯 전시성홍보비까지 더하면 얼마나 많은 세금이 허투로 낭비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조만간 언젠가 다 헐어야 하는 짓거리를...

 

나주곰탕거리다. 곰탕거리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찾아 들어간 집에서 곰탕은 맛이 있다. 내친김에 잎새주라 불리는 소주 한 병을 반주로 했다. 언젠가 다시 와서 제대로 맛을 음미하고 싶다.

나주역이다. 6시 20분 출발이다. 서울역에는 10시 반이나 도착할 예정이다.

이런 젬병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 기차칸에서도 또 다른 아줌마도 뒤로 제껴진 좌석에 툴툴거리며 빈공간을 찾는 모습이다.

키도 작고 덩치도 크지 않은 아줌마들이 왜 이리 까탈스러울까, 호텔에서 살다가들 와서 그러나...

 

ㅋㅋ 여행의 시작과 끝이 좌석으로 인한 불쾌감이라니... 옥에 티다.

 

기적사의 기차여행은 늘 함께 하고 싶다. 푸르른 녹차밭에 한 껏 나를 눕히고 싶다.

 

병현아 어땠어? 응 조금 좋았어! 그럼 훌륭하다는거지 뭐!

출처 : 고창초등학교64회좋은친구들
글쓴이 : 강현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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