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서

나도향

강현만 2014. 4. 12. 22:25

나도향

 

190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27년 26세의 짧은 나이로 인생을 마감했다.

1922년 박종화, 현진건, 홍사용, 이상화 등과 함께 '백조' 동인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하게 된다.

작품활동초기 봉건제도에서 멋어나 개인의 자유와 감성적 가치를 존중하는 낭만주의적 작품 경향을 보이다가 차츰 현실문제를 직시한 작품을 쓰게 된다. 소외되고 가난한 삶, 그 속에 얽힌 삶의 욕구들을 다양하게 그려내고 있다.

 

  벙어리 삼룡이는 못생기고 말못하는 천한 신분의 종을 통해서 비틀어진 계급사회의 무지막지함을 표현하면서, 벙어리 삼룡이가 새끼주인의 새댁으로 들어온 아씨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그리고 있다. 한 몸 부서져라 충성했던 주인 집에서 내쫓김 당한 삼룡이는 증오로 불을 지르고 선녀같은 새댁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 들었다가 새댁을 안고서 죽게 된다. 죽은 삼룡이의 표정은 웃음 띤 행복한 표정이다.

  자본과 권력을 손아귀에 틀어쥔 그네들만의 혼사맺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철저하게 그네들만의 끼리끼리 계급종족을 형성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삼룡이가 불속에 죽어가면서 주인새댁 안아보는 행복을 느끼듯이 현재도 가난뱅이 서민들에게서 자본재벌과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죽어서나 가능 할 일이다. 아니면 착시, 착각으로 우롱하는 우스운 드라마속에서나.

 

  뽕은 서방마저 도박에 빠져서 돌보는 이 없고, 가진 것 없는 아낙이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있다. 몸뚱이가 무기라고 돈푼깨나 있는 놈들에게 하룻밤 몸뚱이로 놀아주고 그 댓가로 주어지는 생계거리로 목숨부지, 삶을 영위한다. 돌보지 않는 마누라에게 한두달에 한 번씩 들러서 노름 돈까지 받아가는 서방도 대충 짐작하고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여인네를 어떻게든 눕혀 보겠다고 괴롭히는 놈까지 한바탕 싸움으로 동네 난리굿을 벌인다. 그렇게 또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가 이어진다.

  가진 것 없는 밑바닥 가난뱅이들의 팔자려니 하는 삶의 모양이다. 노래방 도우미부터 경제활동하는 여성인구의 절반가량이 성을 매개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고 하지 않던가?

 

  자기를 찾기 전은 이제 갓 사내를 알고 아기를 낳은 여인이 의지처로 삼는 목사도 병들어 죽고, 아기도 병들어 죽고, 기다리던 아기 아버지까지 떠나버리는 그 시점에서 '하얀 눈 위에 밝은 달이 차디차게 비치었는데 고요한 침묵으로 둘린 가운데 다만 자기 혼자 외로이 서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그렇게 분명히 그렇게 외로운 가운데서 자기를 찾아내기는 지금이 자기 일생에 처음이었다.' 자기가 어떤 처지와 삶의 자락에 놓여 있는 지를 모두가 죽고 떠난 상황에서 인식하게 된다.

  우리네는 살면서 자기가 어떤 사회구조, 사회제도에서 살고 있는지 인식하면서 살고 있을까? 그렇게 놓여진 삶의 형태나 구조에 대해 알고자 하는가? 그저 하루하루 그러려니 하면서 숙명적으로 살고 있다면 자기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옛날 꿈은 창백하더이다, 행랑자식, 꿈, 17원 50전, 지형근 등도 다양한 얘기거리를 가지고 있다. 우리네 소설은 재미가 넘친다. 자연스러운 일이지 싶다.

  그나저나 나도향은 뭐 그리도 빨리 죽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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