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유령 사회를 드러내는 천안함

강현만 2023. 6. 10. 10:51

유령 사회를 드러내는 천안함



천안함이 이북 잠수함에 의해 폭침했다는 이명박 정권의 주장은 숱하게 많은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된 상태다.

이명박은 천안함 사건 초기에 천안함이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었다. 미국 등 고위 군사 관계자가 사과하는 행위들이 있었다. 그랬던 상황은 순식간에 바뀌었다. 천안함 사건은 정권의 안보로 돌변했다.

병사들만 46명이 사망했다.

이북이 주장한 관계국들의 합동 조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과학적인 뒷받침이나 조사는 정권 안위에 밀려났다. 5.24조치 등 남북의 교류와 협력 관계는 단절되었다.

천안함 함장 등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문제는 심각하다.
먼저 한미가 해상합동훈련을 하고 있던 서해에 이북의 잠수정이 귀신처럼 다가와서 천안함을 정확하게 절반으로 잘라 폭침한 것이다. 이는 한미해군의 경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음을 인정해야 한다. 다음으로 전투 중에 천안함이 두 쪽으로 폭침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전투에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천안함에 승선했던 함장 등 누구도 군사재판에 회부되거나 처벌받지 않았다. 오히려 큰 승리라도 한 것처럼 여론이 조성되었고, 승진하는 등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천안함은 1,200톤이 넘는 함정이다. 그 큰 함정이 두 동강 났다. 천안함에 형광등은 멀쩡했다. 천안함 승조원들의 사인은 익사였으며, 시신은 아무런 훼손이 없었다. 함장과 정부의 말대로 잠수정의 어뢰에 맞아 배가 두 쪽이 났는데도 모든 것이 멀쩡했다. 이런 비판의식은 무시되었다.

천안함 관련 재판은 유명무실했다. 재판의 진행, 내용은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누가 진정으로 46명 병사의 죽음을 훼손하고 있는가? 함장과 정부는 실체 규명에 관심은 있는가?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병사를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공개적이고 투명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하다.

함장과 정권의 홍위병이 내세우는 일방적인 주장과 여론몰이가 유령이 되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함장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다면 함장은 사과를 운운하며 실체를 희롱해서는 안 된다. 함정을 잃고 병사를 죽게 만들고 한 죄과에 대해 참회와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천안함은 문재인 5년이나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지금의 민주당은 속수무책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함장의 궤변에 찍소리도 내지 못한다. 그놈이 그놈이라는 거대양당의 실체는 결정적 장면에서 똑같은 모습이다. 차이를 찾을 수 없다.

반공, 빨갱이 악마로서 이북은 여전히 악의 화신이어야만 한다. 비판적 사고나 회의가 자리할 틈은 없다. 같은 민족보다 외세를 섬겨야 한다. 같은 민족을 무찌르고 죽이기 위해 외세와 동맹은 위대한 것으로 호들갑이어야 한다.

군인이 군사 훈련 중에 전사했다면 그 죽음은 그 자체로 명예롭고 귀하고 안타까운 군인의 죽음이다. 이북의 어뢰에 맞아 죽으면 명예가 있고, 훈련 중에 사고로 죽으면 불명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익사한 46명의 병사를 진정으로 위로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일은 첫째도, 둘째도 실체 규명이다. 진실을 호도하는 거짓 선동과 여론몰이는 병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 국민을 우롱하고 정신적 죽임에 놓이게 하는 일이다.

한반도의 정상화는 분단 체제 극복이다. 통일되지 못한 분단체제는 한국 사회를 언제든 어떻게든 유령이 떠돌게 만들 수 있다. 분단체제를 인정하고 지속시키는 놈들이 한반도의 유령이다. 그 유령 놀음에 거대양당 체제는 정확하게 일치하고 있다.

함장의 사과 운운에 말 한마디 못 하고 쩔쩔매는 꼬락서니를 지켜보는 것도 역겨운데, 반나절 만에 사과하는 꼭두각시를 지켜봐야 한다. 나도 너도 유령이 되었다. 유령의 곡소리는 크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