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풍경
꽤 오랫동안 마을 행사의 터줏대감이었던 쥐가 보이지 않는다. 그 자리는 그동안 비켜서 있던 쥐가 차지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끼어서 얼굴을 내미는 쥐도 있다. 마을 행사이므로 마을의 쥐가 보이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하다. 그런데 그런 분위기에 흡착하는 모습에서 다른 느낌이 들게 된다.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는 이런 쥐들의 형편에 넉넉한 웃음과 호탕한 몸짓으로 애정을 표시한다. 흰 고양이에 환호하던 쥐가 사라지고 검은 고양이에 환호하는 쥐가 많이 보이는 차이가 있다. 쥐는 쥐라는 정체성을 잃었다. 쥐는 고양이가 된 것처럼 사진을 찍고 폼을 잡는다.
캐나다 배우가 언급한 ‘마우스 랜드’의 이상한 마을 풍경은 질적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는 쥐 앞에서 언제나 박 터지게 싸운다. 그 싸움에 희생양 고양이는 있게 마련이다. 쥐는 그 싸움에 환호한다. 흑백 고양이 편에 서서 대리싸움도 죽기 살기로 한다. 그렇다고 쥐가 무얼 할 수 있는 것은 용서되지 않는다. 쥐는 철저히 쥐이어야 한다. 고양이에게 쥐가 선을 넘는 행동은 불경죄가 된다. 쥐는 그저 흰 고양이, 검은 고양이 따라 환호하고 꼬리를 흔들면 된다.
흑백 고양이의 권력 놀음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고양이 떡고물에 취하고 사진 찍기에 정신을 잃는 쥐는 많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고양이의 넉넉한 웃음과 호탕한 몸짓, 인자한 미소는 계속 봐야 한다. ‘마우스 랜드’에서 쥐가 주인 되는 세상은 고양이 수염에 할퀴었다. 고양이 발톱은 계속이다.
'끄적끄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버지가 가까이 오셨다. (0) | 2023.08.12 |
---|---|
비 - 2023년 7월 15일 (0) | 2023.07.15 |
열사의 영정을 들었다 (0) | 2023.06.12 |
글쓰기 기술자들 천국 (0) | 2023.05.31 |
길복순, 더글로리 (0) | 2023.05.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