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서

내 젊은 날의 숲 - 김훈

강현만 2011. 5. 11. 17:01

비무장지대 국립수목원, 수목원에서 필요로 해서 채용된 계약직 세밀화가(29살 아가씨)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전반에 걸쳐서 어떤 반전이나 갈등의 증폭, 카리스마, 특출이나 변이가 없다. 그냥 그렇다. 그래서 어쩌면 재미가 없을 듯 싶기도 하다.

화가가 그려야 되는 수목원의 풍경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꽃이며 수목원의 곤충 등에 대한 이야기가 세밀하게 펼쳐진다. 솔직히 그런 쪽에 관심이나 전문가가 아니고서야

굳이 딱딱하게 읽어내려갈 필요가 있는가 싶기도 하다.

 

특별한 가족사를 가졌다고 볼 수 없는 화가의 할아버지(말, 좆내논), 아버지, 어머니의 그냥 이러저러한 이야기들...

수목원의 안요한 그리고 아이, 자살한 화가, 김중위와 휴전선의 뼈...

뭐랄까! 대단히 말라 비틀어져 버린 것 같은 우리네 삶의 모습들을 지지부진하게 엮어 놓았다.

 

이런 게 삶이라면 굳이 이러한 삶을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문제는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우리네 삶이 살아 있어서 살 수 밖에 없는 인생에서 벗어나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한마디로 참 한심해 보이는데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고 있는 내 모습이 안타깝다.

김훈이 말하듯이 뭔가 2% 부족한 듯 '사랑도 희망'도 작렬하지 않는 내 모습에 한계를 느끼는 패배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삶의 의미와 목적이 충만했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가지고 있는 자산(운동빨)을 이렇게 저렇게 까먹으면서 세상을 지탱하는 것이다.

 

사랑, 희망, 열정, 치열함이 금간 항아리 사이로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그렇고 그런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눈뜸으로부터 어딘가 다른 곳으로 도망가거나 사라지고 싶은 수렁을 느끼게 된다.

 

나를 둘러싸고 엮어낸 현실은 잠시도 한가함을 가져서는 아니될텐데도 나는 삶의 관념으로부터 어쩌면 헤픈 짓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삶을 엮어 가고 있다.

김훈의 숲은 사랑, 희망, 열정, 치열함이 없어 보인다. 참기 힘든 인생살이다. 문제는 나도 그 참기 힘든 삶을 그냥 저냥 살아가고 있다.

 

세월이 취하고 욕심내기 보다는 그러려니하고 놓는다.

하루의 노동이 없으면 내일의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텐데도... 나는 어쩌지 못하고 있는 숲의 일부다. 꿈틀거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