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독서

금빛수다 - 노인과 바다(김쾌대 작가)

강현만 2024. 1. 30. 18:44

 

금빛수다 – 2024. 1. 28. 세상을 여는 창

 

노인과 바다 – 김쾌대 작가의 발제로 진행하였다.

 

# 들어가며

 

“산에 오를 때는 정상밖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산에서 내려오면서 작은 풀꽃이 보였습니다.

 

2021년 통계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46.9%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보는 책, 읽어주는 책 등 책의 모양도 다양해진 세상이다. 폰에 빠져 지내는 일상이다. 정보 홍수의 시대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권은 종이로 된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산에 오르거나 내려오거나 어떤 마음, 자세와 태도에 따라 느끼고 다가오는 모양은 천차만별이라 할 것이다. 여유와 즐거움을 가지고 오르내리면 산은 자연으로 인간으로 기쁨과 편안함, 행복으로 하나가 될 것이다. 돈과 권력, 명예 등 탐욕에 찌든 자에게 산은 결코 산으로 보일 수 없다.

 

. 산티아고 노인

 

‘네 나이 때 나는 가로돛을 단 돛대 앞에서 아프리카로 달려갔고, 저녁이면 해변에서 사자를 보곤 했단다.

 

늙음이 슬픈 것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도, 돈과 권력, 명예가 없어서도 아니다. ‘라떼’나 읊으면서 이웃의 고통과 어려움에는 담을 쌓고 오직 지만을 위하고 자기 생각에 빠져 꼰대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하고 많은 지구상의 자본주의 중에도 미제, 일제의 극도로 천박한 자본주의를 이식받은 천민자본주의 세상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태극기부대, 엄마부대 등 생물학적 나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회정치적 나이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늙음에서 우리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게 된다. 민중의 삶과 유리된 권력에 아귀다툼하는 몇 선 하는 의원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 머슴’이라던 선량의 모습에서 ‘머슴’은 사라지고 특권만 남았을 때, 더 이상 국민은 찾기 어렵다.

 

. 청새치

 

‘노인은 굉장한 물고기를 많이 보아 왔다. 천 파운드가 더 나가는 것들도 많이 봐 왔고 살면서 그 크기의 고기를 두 마리 더 잡아 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코 혼자 한 건 아니었다.

 

백세시대 활기찬 인생 2막에 대해 요란하다. 지금도 잘살고 있는데, 더 잘살기 위해 아우성이다. 혹시나 현재 지위, 위치에서 조금이라도 떨어지거나 비켜나가게 될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 학교, 식당, 뷔페 등 하루에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산이 하나씩 생기는 시대 속에서 늘 배고픈 승냥이처럼 눈알을 부리고 있다.

 

 

입고 쓰고 먹고, 이 모든 것에 비극적일 정도로 우리는 ‘너무’ 퍼질러대고 있다. 조금씩 줄이면 다이어트한다고 비명을 지를 이유도 없고, 지구별은 썩고 병들어 죽어가지 않을 것이다. 탐욕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인간이란 무엇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자연, 환경, 생태, 지구에 관해 묻는 습관이 필요하다. 국가의 존재 이유, 왜 특정한 자본가 몇 명이 전체 국민의 소득보다 많아야 하는지 물어야 한다. 사람의 탈을 썼다고 사람이라 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

 

김쾌대 작가는 이미 익숙한 사물과 주변을 완전히 새롭게 보기 위하여 있는 자리에서 더 깊은 심해로 내려가는 일이 바로 ‘인생 이면지’가 추구하는 정신일 것이라고 했다. 나는 ‘돈’ 이야기가 나오면 슬쩍 피한다. 오래전에 ‘돈’에 대해 정리를 했기 때문이다. 나와 맞지 않는 것이고, 내가 개입할 것이 못 된다고. 그렇다고 돈을 전혀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주변에 민폐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정도의 앞가림은 해야 한다. 그 이상은 내 능력 밖이다. 참 자유인으로 해방자로 살기 위한 과정이 아닌가 생각한다.

 

. 상어 떼

 

‘상어의 출현은 우연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짙은 피 구름이 일 마일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으며 흩어졌을 때 깊은 물밑으로부터 왔다.

 

김쾌대 작가의 말처럼 나를 무너뜨리는 불안과 두려움은 외부에서 오기보다는 자신으로부터, 내면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만, 오만, 자만, 어느 꼭짓점에 섰다고 환각에 빠질 때면 어김없이 가라앉는 장면이 찾아오곤 한다.

 

지나간 세월 속에 잘나가던 어느 지점이면 세상은 내버려 두지 않았다. 온갖 해괴한 음모와 계략으로 넘어뜨리려고 작동했다. 문제는 그러한 지점조차 준비하고 대처했어야 하는데 부족한 했다. 게으르고 안일한 모습이었다.

 

계급사회에서 하이에나, 상어는 항상 존재한다. 욕심부리지 않고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조차 물어뜯는 자들이 있다. 바르고 선하게 사는 꼴조차 봐줄 수 없는 심보다.

 

산티아고 노인의 ‘단지 나는 너무 멀리 나갔던 것뿐이야.’ 모래시계 윤 회장(박근형)이 죽는 장면에서 “내가 너무 빨리 온 건가?” 하는 대목은 음미의 맛이 있다.

 

. 소년, 마놀린

 

‘그는 오직 자신과 바다를 상대로만 말하는 대신, 누군가와 대화한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인식했다. “네가 그리웠다.” 그는 말했다.

 

김쾌대 작가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으로 그리움이 되었던 소년, 마놀린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나는 늘 그리움과 사랑에 놓여 있다. 자나 깨나 사랑과 그리움은 내 몫이다. 또 외로움과 고독도 언제나 내 몫으로 함께 하고 있다. 인간, 인생의 전부라 할 수 있는 그리움과 사랑이지만 그 또한 ‘대화’라는 작동 기제가 요구된다. 생각과 인식은 나란히 바라보는 풍경이다.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형에 대해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나는 ‘느낌’이라고 한다. 만나고 대화하면서 다가오는 ‘느낌’이다. ‘느낌’이 없는 중에 다음을 생각하기는 어렵지 싶다. 산티아고 노인에게 소년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느낌이 있어서 내가 느낌이 되었던 노인이었다.

 

. 사자 꿈

 

‘그는 단지 지금의 장소와 해변의 사자들만 꿈꾸었다. 그들은 황혼 녘의 어린 고양이처럼 뛰어놀았고, 그는 사랑에 빠진 소년처럼 그들을 사랑했다.

 

‘그 후 그는 긴 황금빛 해변 꿈을 꾸기 시작했다. 어둑한 속에서 맨 앞의 사자와 뒤이은 다른 사자들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고 저녁의 미풍과 함께 닻이 내려져 정박해 있는 배의 고물 널빤지 위에 턱을 괴고 더 많은 사자가 있는지 어떤지를 보기 위해 기다리면서 그는 행복했다.

 

... 길 위쪽, 오두막 안에서 노인은 다시 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얼굴을 바닥에 대고 자고 있었고 소년이 옆에 앉아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사자 꿈을 꾸는 중이었다.

 

김쾌대 작가는 세 번의 사자 꿈에서 인간의 일생을 함축적으로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꿈을 통해 드러난 사장의 모습 속에서 어린 시절, 성장한 시절, 노년 시절의 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사자는 사랑에 빠졌고, 커서는 행복했다. 노인은 그저 사자 꿈을 꾸고 있다. 노인이 꾸고 있는 꿈은 어떤 꿈일까? 기쁨, 분노, 사랑, 증오, 그리움, 회한, 후회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알 수 없다. , ,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는 민주노동당이 깨지면서 나라는 영역에서 개인적으로 가지는 꿈은 사라지거나 접었다고 할 수 있다. 통합진보당이 만들어지면서 잠깐 불꽃이 피는 듯했지만 비참하고 처참하게 깨지고 말았다. 이미 시간은 흐르고 나라는 영역에서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욕심부리는 시절은 지났다.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하는 인식의 관성으로 굴러가고 있다. 갈가리 찢긴 진보진영, 진보정당의 모습 속에서 당적을 가질 수 있는 소박한 꿈이나마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그릴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 열심히 걸을 수 있어 가볼 곳이 많은 것도 기쁜 일이다. 남쪽 바깥길 4,500킬로미터와 내륙 길, , 226개 시군구 등 남은 인생에 청새치와 사자의 꿈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시리도록 안타깝고 서러운 인간 세상이다. 그 속에 놓여 가는 고행이다. 그런 중에도 주위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으니 나의 바다와 하늘에는 바람이 일고 있다.

 

 

덧붙임] 2024 1월 금빛수다에서 진행한 김쾌대 작가의 노인과 바다 강연 자료를 토대로 후기를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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