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먹는 쉬운 정치
언제부터일까? 아마, 유시민의 ‘빠’ 놀음부터 시작이지 싶다. ‘노빠’다. 옳고 그름, 역사의식은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그저 대통령 노무현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 옹호하고 지지하고 결사하는 책임이 최고였다. 5.18이후 군대가 동원된 시위진압 ‘여명의 황새울 작전’, 살려달라고 간절히 외치는 국민의 호소에도 죽음으로 내몬 김선일, 이라크 파병, 한미FTA, 한진중공업 김주익 위원장 등 숱한 노동자 탄압과 죽음, 경찰의 방패로 농민을 두 명씩이나 찍어 죽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과 후가 180도 달랐던 대통령 노무현에 대해 유시민은 천하의 간신배를 자임하고 나섰다. 정치권에 진영의 서막을 만들었다. ‘빠와 좀비’로 진화했다.
지금의 한국 정치는 ‘빠와 좀비’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주의, 민주시민교육을 주장하는 자들에게서 상대를 인정하고 함께하려는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양보와 타협, 협력과 다원성은 그저 책에 있는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아니면 타도해야 할 대상이 된다. 건전한 비판은 없다. 비난과 죽여야 할 대상만 자리할 뿐이다.
22대 총선은 집권당의 패배와 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애초에 국민의힘이 집권할 수 없는 대통령 선거였다. 문재인민주당의 촛불 배신, 위선과 가식, 내로남불은 공정과 정의, 상식과 원칙으로 포장된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올려놓았다. 윤석열국민의힘에 정치적 비전과 정책적 대안은 부재했다. 반문재인 반민주당이 전부였다. 국민은 촛불의 염원을 땅에 패대기치고 권력 놀이에 빠진 문재인민주당을 도저히 봐줄 수 없었다.
한국은 일본제국주의와 미제국주의에 의해 굳건히 박혀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한국 사회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죽어라 욕하는 자들이, 거대양당이 아닌 소수 진보정당의 엄청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서는 어떻게든 싹을 잘라내지 못해 아쉬워한다.) 절대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보이지 않는 손 제국주의’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거대양당 정치인에게 미제국주의는 어미, 아비보다 숭앙해야 할 대상이다. 언제나 한미동맹은 피의 동맹이라 칭송한다. 미제 무기 사고, 한미연합훈련에 돈을 쏟아붓는다. 멸공, 반북 혐오도 같다. 친재벌 노선도 같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도 같다. 반노동, 반서민 정책도 차이가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후진국이다. 자본주의 부동산 정책 등 차이가 없다.
윤석열국민의힘은 집권 2년 기간에 한국민의 수준을 뒷골목 양아치 윤석열 수준으로 내려놓았다. 22대 총선에서 야권이 이기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문제는 민생, 국민의 삶을 살피고 편안케 하는 이슈는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 주권국가로서 중립국(중립 외교) 등 국민, 민족의 운명 등 문제는 없다. 그저 윤석열 심판이 전부다. 김건희 특검, 검찰 심판이다. 권력 가진 놈들의 권력 싸움이 전부다. 완벽한 지역분권, 국민발안제, 국가보안법 폐기, 민주유공자법 제정, 기업 살인법, 대학까지 무상교육, 무상의료, 기후 위기 등 최소한의 법제화 주장도 없다.
내가, 우리 당이 무얼 어떻게 하겠다. 그걸 하지 못하면 심판해달라. 내가, 주체가 빠졌다. 민생에 관한 이야기, 국민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얼마나 이뤄냈는가를 살피고 심판해달라는 이야기와 호소는 없다. 그저 상대방은 나쁜 놈이고 심판하자는 선거로 권력의 추가 왔다 갔다 할 뿐이다. 길지 않은 시간인데도 금방 기억을 지운다. 환각 상태에 빠져 있거나 깜빡깜빡 정신을 놓는다.
운동진영도 여전히 군사독재 타도하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선거 공간에서 무얼 하자, 어떻게 하자는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심판하자는 이야기가 전부다. 그러니 매번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반복하고 있다. 그놈의 개는 반성도 없다. 성찰도 없다. 주고받을 권력만 잘 관리하면 그만이다. 그에 부화뇌동하는 촛불 진영이나 운동한다는 진영도 매한가지 도매금이 되고 있다.
무얼 어떻게 잘하겠다. 반드시 해내겠다. 아니면 다음에 지지를 철회해달라. 이런 선거의 모습, 활동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심판하면서 적대적 공생으로 정치권력을 유지, 보전하는 선거는 너무 낡았다. 이조차 제국주의를 섬기고 놀아나야 하는 한국 정치의 현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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