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집(범우문고)
정지용 시집(범우문고)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간에 내가 읽은 시집이 몇 권이나 될까? 부러 집에 있는 시집을 세어봤다. 40권이 못 됐다. 어릴 적에 읽은 시집이 있는지 없는지 기억이 없다. 그렇다면 지금 있는 눈에 들어온 시집이 내가 읽은 시집이 될 것이다. 하기야 시집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안 된다. 그간에 이런 정도라도 시집을 읽었다면 시집을 많이 읽은 걸까 아니면 적게 읽은 걸까? 얼마나 읽으면 시에 대해 좀 편하게 호흡하며 느낄 수 있는 걸까.
정지용 시집을 읽으면서 여전히 시인의 시를 쫓아가기 급급하고 있다. 시가 쉽사리 읽히지 않는다. 시를 느끼기 보다는 그냥 읽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역꾸역 한 장을 넘겼다. 마음 한 편에는 그런 자신에 대해 힐난을 퍼붓고 있다.(늘 느끼는 거지만 평론가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들로 인해 시를 읽는데 많은 도움을 갖게 된다.)
정지용 시집을 읽으면서 이육사 시집(범우문고)을 같이 읽었다. 이육사 시집에는 이육사의 산문이 함께 실려 있다. 정지용은 1902년 충북옥천 출생이고, 이육사는 1904년 경북안동 출생이다. 정지용은 1950년 한국전쟁 기간에 행불(사망)되었고, 이육사는 1944년 일제의 베이징 감옥에서 숨졌다.
정지용의 향수는 20대 초반에 쓴 시다. 정지용은 1918년 휘문고보에 다니면서 작품을 발표하고 ‘문우회’ 활동을 했다. 1935년에 정지용 시집(시문학사)이 간행되었다. 이 시집은 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인정받게 했다. 일제 말기에 조선어 사용 금지는 시인으로 하여금 절필을 하게 만들었다. 해방 후에는 좌우대립 속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다. 분단은 패망한 일제의 것이었다. 그러나 미제는 한반도에 38선을 그었다. 미제가 그은 분단은 전쟁을 낳았다. 분단과 전쟁, 분단의 지속은 많은 것을 사라지게 만들었다.
풍랑몽2
바람은 이렇게 몹시도 부옵는데
저 달 영원의 등화!
꺼질 법도 아니하옵거니,
엊저녁 풍랑 위에 님 실려 보내고
아닌 밤중 무서운 꿈에 소스라쳐 깨옵니다.
발열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라
포도순이 기어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뭄 땅에 스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아오르누나.
가쁜 숨결을 드내쉬노니, 박나비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누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 듯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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