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육사 시집(범우문고)
이상(1910년생, 본명 김해경))은 서울출생이다. 이상화(1901년생)는 대구출생이다. 이육사(1904년생)는 안동출생이다. 이상은 일본에서 1937년 사상불온혐의로 구속되었다가 풀려나 건강악화로 동경대학 부속병원에서 사망하였다. 이상화는 1943년 위암으로 사망하였다. 이육사는 1944년 일제의 베이징 감옥에서 사망하였다.
셋은 일제 강점기를 살았다. 셋은 해방되기 전에 죽음을 맞았다. 이상은 오감도, 소설 날개로 많이 알고 있다. 이상화는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의 침실로 등으로 알려져 있다. 이육사는 시 광야, 청포도, 꽃, 절정 등으로 감동을 주고 있다.
이육사 시집(범우문고)은 시와 산문이 반반 분량이다. 이육사는 다른 이들에게 비해 늦게 시를 쓰고 발표했다. 독립운동가로서 투쟁하다가 조금 늦게 시를 발표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육사는 대구감옥에서 수인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17차례 옥고를 치렀다.
이육사는 독립운동가로서 투사였다. “시를 생각하는 것도 행동이 되는 까닭”으로서 시는 그의 사상이었고 행동이었다. 일제강점기라고 하는 비극적인 현실, 이 현실에 맞서 싸워야 하는 투사로서 의지, 끝내 해방세상을 맞이할 것이라는 광야의 기개가 있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투쟁의 순간들, 그 투쟁과 시련 속에서 느꼈을 고통과 외로움 이 모든 것들이 이육사에게 시로 승화되었다. 이육사는 유언을 쓰는 대신에 행동을 했고, 희생 속에서도 자신이 가야할 길을 사랑했으며 시로 표현하였다.
이육사를 생각하면 김남주 시인이 떠오른다. 두 사람은 모두 식민지 피압박 인민을 뜨겁게 사랑하며 온 몸을 불살랐다. 그들이 노래하고 사랑한 것은 피지배계급으로서 민중이었다. 삶과 시선이 돈 없고 힘없는 소외된 민중을 향하지 못하고 지배계급의 권력놀음에 부화뇌동하는 일은 없는지 돌아봄직하다. 베이징 감옥에서 쓸쓸히 죽어갔을 이육사의 삶과 시가 짙게 깔린다. 새삼 그립다.
꽃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방울 나리잖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라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바리지 못할 약속이여
한 바다 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껼 따라 타오르는 꽃성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절정
매운 계절의 챗죽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리빨 칼날진 그 우에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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